어떤 활동에 빠져 있으신가요?
요즘 세상에 ‘어떤 주제에 관해 자세히 설명 할 필요는 없다.’ 라고 생각한다. 키워드에 대해 검색만 하면 잘 나오니까.
지금 말하려는 생존주의에 관한 주관적이긴 하지만 꽤 자세한 설명을 나무위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이해한 생존주의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안전한 사회에 살고 있는것 같지만 재난은 누구에게나 쉽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럴때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정보들을 미리 챙겨두고 휴대하는 것.
상황이 닥쳤을 때 준비하면 없거나, 부족하거나, 중복될 수 있다.(=무거워진다)
비단 전쟁, 지진과 같은 스케일 큰 재난 뿐만 아니라 퇴근해야되는데 폭설이 와서 발이 묶였다거나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볼일을 봤는데 문이 고장나서 고립되었다거나.
이런 상황에서 전자의 경우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근무지에서 쪽잠이라도 잘 수 있으면 다행이고 가까운 숙박업소를 찾거나 해야되는데 보통 그런 상황에서 모텔은 금방 풀방 되는게 일반적. 결국은 상황이 정리될때까지 노숙 아닌 노숙을 해야될텐데 그럴때 있으면 좋은게 은박담요. 그리고 긴 시간 나를 무료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스마트폰의 생명줄 보조 배터리도 있다면 더 좋겠고.
이렇게 은박담요, 보조배터리 같은걸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다니는걸 Get Home Bag(GHB) 이라고 한다. 집 근방에서 객사하는걸 방지해주는 가방.
자, 후자의 경우 화장실 문이 고장 났는데 폰을 두고 왔네? 아파트면 어떻게든 문 박살내는게 최선의 방법이고 아니면 동거인이 올때까지 버티는법 밖에 없다. 동거인이 없으면 굶어죽기전에 누군가 나의 실종 신고를 해주길 바라자.
하지만 내가 입고 있던 바지에 멀티툴, 그리고 드라이버가 있다면? 화장실 문에 따라 다르지만 몇몇 화장실 문은 드라이버가지고 열심히 까딱까딱하면 분해해서 오픈이 가능하겠다. 물론 이런건 평소에 검색을 해서 알아둬야 하겠지만.(이런거 검색해두고 머리속에 담아두는 것도 생존주의의 일환.) 이렇게 멀티툴을 항상 바지주머니등에 넣어다니는 걸 Every Day Carry(EDC)라고 한다.
지금까지 예시는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게 사실이다. 아니 폰으로 즉흥적으로 글쓰면서 생각난게 저거라서 그런데…
아무튼 일상속에서 저렇게 챙겨다니는건 크게 부담되는게 아니고 막상 들고 다니면 쓸일이 꽤 자주 생기니까 소소하게 챙기고 다니는걸 추천한다. 언젠가 암걸린다고 암보험 많이들 가입하는데 소소하게 10만원 언저리로 준비해두면 언젠가 재난이 터졌을 때 생존에 도움이 되는걸.
보조배터리야 가방에 5000짜리 들고 다니는건 전혀 부담되지 않고, 은박담요는 은근히 돗자리 대용으로 쓸일도 있고 EDC로 들고다닐 멀티툴은 닉값해서 있다는거 인식만 하면 병따개도 자주 쓰고 드라이버도 자주 쓰고
잡설은 여기 까지고 내가 생존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사람이 죽을 뻔하고 나니까 ‘위기는 쉽게 찾아오고, 사람은 의외로 목숨이 질겨서 원큐에 숨이 넘어가지 않는다 는것’이다. 당신이 사고를 당했을 때 즉사한다면 정말 운이 좋은 것이고 많은 경우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죽음을 기다리게 될 확률이 높다는거. 고통의 순간은 체감상으로 너무 길거든.
예를 들어 화재 현장에서 방범창만 따고 탈출하면 되는데 드라이버 하나가 없어서 탈출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라던가.
근데 EDC, GHB를 넘어서 Bug-out bag(BOB) aka.생존배낭 까지 꾸리는 단계로 넘어가니까 정도를 모르고 예산을 쓰고 있어서 좀 고민.
*생존배낭이란건 대충 재난 상황 벌어졌을 때 안전지대 까지 도망가는데 필요한 식량/장비로 꾸려진 가방